생선 냄새 증후군, 땀에서 나는 썩은 생선 냄새의 비밀
희귀 대사 질환, 트리메틸아민뇨증(TMAU)이란?
땀이 썩은 생선처럼 느껴진다면? 상상만으로도 당혹스러운 이 상황은 "생선 냄새 증후군"으로 알려진 트리메틸아민뇨증(TMAU) 환자들에게 현실이다. 이 드문 대사 질환은 신체가 특정 화학 물질을 처리하지 못해 땀, 소변, 호흡에서 강한 생선 냄새를 풍기게 만든다. 과학계에서는 아직 이 질환의 정확한 유병률조차 파악되지 않았지만, 추정치는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당 1명에서 20만 명당 1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특히 여성에게 더 흔히 나타나며, 이는 프로게스테론 같은 여성 호르몬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와 연관된다.
냄새의 근원: 트리메틸아민과 FMO3 유전자
TMAU의 주범은 트리메틸아민(TMA)이라는 화학 물질이다. 이 물질은 계란, 간, 콩류, 생선, 오징어, 게 같은 음식을 소화할 때 장내 박테리아에 의해 생성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FMO3 유전자가 만들어내는 효소가 TMA를 무취의 트리메틸아민 N-옥사이드(TMAO)로 변환해 소변으로 배출한다. 하지만 TMAU 환자는 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TMA가 체내에 쌓이고, 결국 땀과 호흡을 통해 강렬한 냄새로 배출된다.
대부분의 경우, TMAU는 FMO3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이 질환은 상염색체 열성 유전 방식으로 전해지며, 환자는 부모 양쪽으로부터 돌연변이 유전자를 하나씩 물려받아야 발병한다. 드물게는 과도한 TMA 생성 음식 섭취, 간부전, 테스토스테론 대체 요법 같은 의학적 요인, 심지어 월경 주기의 호르몬 변화로도 일시적인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 사춘기부터 시작되는 악취의 굴레
TMAU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 일부는 태어날 때부터 냄새를 동반하지만, 많은 경우 사춘기(여아 8~13세, 남아 9~14세)에 호르몬 변화와 함께 처음 나타난다. 어떤 환자는 항상 냄새를 풍기는 반면, 다른 이들은 스트레스나 식단에 따라 간헐적으로 증상을 겪는다. 연구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땀 분비를 늘리고, 특정 음식은 TMA 수치를 높여 증상을 악화시킨다.
이 질환은 생명을 위협하지 않지만,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이다. 타인과의 관계 단절, 직업적 어려움, 그리고 이로 인한 우울증, 불안,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환자들은 신체적 냄새 이상의 고통을 겪는다. 한 인터뷰에서 익명의 TMAU 환자는 "사람들이 나를 피할 때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치료법: 완치는 없지만 관리 가능
아쉽게도 TMAU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방법은 없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증상 관리를 위한 실질적인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TMA로 변환될 수 있는 음식(밀을 먹인 소의 우유, 계란, 간, 신장, 해산물, 완두콩 등)을 피하는 식단 조절이 핵심이다. 둘째, 약간 산성인 비누나 샴푸로 피부를 세정하고, 격렬한 운동을 줄이며, 발한 억제제를 사용하는 생활 습관 변화도 권장된다.
의료적 접근으로는 저용량 항생제를 통해 장내 TMA 생성 박테리아를 줄이거나, 활성탄을 사용해 TMA 흡수를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활성탄은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스트레스 관리 역시 필수인데, 이는 땀 분비를 줄이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체취와 관련한 흥미로운 사실
TMAU 외에도 체취는 유전, 식단, 건강 상태에 따라 놀라운 다양성을 보인다. 예를 들어, 2016년 Nature에 실린 연구는 특정 유전자 변이가 겨드랑이 냄새의 강도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마늘이나 커리 같은 음식이 땀 냄새를 바꿀 수 있음을 발견했다. 흥미롭게도, 체취는 심지어 개인의 면역 체계를 반영할 수 있어 잠재적 파트너 선택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이론도 있다. TMAU가 극단적인 사례이기는 하지만, 우리 몸 냄새가 단순한 불쾌함 이상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냄새 너머의 인간성
트리메틸아민뇨증은 단순한 의학적 상태를 넘어 사회적 낙인과 심리적 부담을 안겨주는 질환이다. 과학은 아직 완벽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연구자와 의료진은 환자들이 존엄성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 중이다. 어쩌면 이 희귀 질환은 우리에게 냄새 뒤에 숨은 사람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되새기게 하는 계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