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우주 정오’ 은하에서 블랙홀 성장 폭발 포착
100억 년 전, 별의 탄생과 블랙홀의 광란이 펼쳐진 우주 한복판을 들여다보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JWST)이 다시 한 번 인류의 우주 지식에 큰 획을 그었다. 최근 미국 캔자스 대학교(KU) 천문학자들은 JWST를 이용해 약 100억 년 전, '우주의 정오(Cosmic Noon)' 시기에 존재한 은하에서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의 폭발적 성장을 관측했다. 동시에 그 은하에서는 별의 형성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별폭발(starburst)’ 현상도 관측됐다. 이번 발견은 인류가 은하와 블랙홀의 공동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 ‘우주의 정오’는 어떤 시기일까?
‘우주의 정오’란, 빅뱅 이후 약 20억30억 년이 지난 시기(약 100110억 년 전)를 말한다. 이 시기는 우리 은하와 같은 성숙한 은하들이 빠르게 별을 만들며 급성장하던 시기로, 우주 진화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시기에 현대 은하에서 존재하는 별의 절반 이상이 생성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 JWST의 MEGA 프로젝트, 먼지 너머를 꿰뚫다
캔자스대 연구진은 MIRI EGS 은하 및 AGN(MEGA) 탐사 프로젝트를 통해 우주의 정오에 있는 은하들의 비밀을 파헤쳤다. 프로젝트를 이끈 천문학자 앨리슨 커크패트릭(Alison Kirkpatrick)은 다음과 같이 밝혔다:
"우리는 은하들이 어떻게 별을 형성하고, 얼마나 많은 별을 만들며, 중심부 블랙홀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파악하고자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JWST의 중적외선(Mid-Infrared) 관측 장비인 MIRI를 활용해, 우주에서 가장 먼 시기의 은하들을 탐색한다.
☁️ 먼지 뒤에 숨은 비밀, 적외선으로 밝혀내다
‘우주의 정오’에 존재하는 은하는 두꺼운 먼지 구름으로 뒤덮여 있어, 가시광선으로는 그 안을 볼 수 없다. 하지만 먼지는 적외선을 거의 흡수하지 못하므로, JWST의 적외선 감지 능력은 이 은하들을 관찰하는 데 완벽한 도구이다.
커크패트릭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먼지는 많은 것을 숨기고 있지만, 적외선을 통해 우리는 그 뒤를 볼 수 있습니다. 그 안에 있는 블랙홀의 성장과 별의 탄생을 추적할 수 있죠."
🌠 확장 그로스 스트립(Extended Groth Strip), 은하계의 보물지도
이번 연구는 큰곰자리(Ursa Major) 근처에 위치한, 은하 밀집 지역인 확장 그로스 스트립(Extended Groth Strip)에서 이루어졌다. 이곳은 JWST가 관측한 가장 뛰어난 우주 영역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해당 영역은 하늘에서 달의 지름만한 면적에 불과하지만, 무려 1만 개 이상의 은하가 존재한다. 이곳에서 연구팀은 맹렬히 먹이를 삼키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존재하는 은하를 발견했고, 이는 블랙홀과 은하의 성장에 있어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 블랙홀과 은하의 공동 진화, 그 수수께끼에 다가서다
흥미로운 점은, 별의 형성과 블랙홀의 성장이 동시에 폭발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두 현상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많은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의 성장 에너지가 은하 전체에 영향을 주고, 은하의 성장이 블랙홀에도 피드백을 준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JWST를 통해 먼지 뒤에 숨겨져 있던 이 상호작용의 흔적을 실제 관측으로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제임스 웹, 인류의 시간여행자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은 단순한 망원경이 아닌, 우주 역사 속으로의 시간여행 도구이다. 이번 발견은 단지 100억 년 전의 은하를 본 것에 그치지 않고, 우주의 진화 과정에서 은하와 블랙홀이 어떻게 공생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JWST는 지금도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우주의 비밀을 차례로 풀어내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많은 경이로운 발견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