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는 어디일까? – 미세먼지로 뒤덮인 지구촌의 현주소
대기 오염이 심각한 도시는 어디일까? 파키스탄의 라호르, 중국의 호탄, 인도의 델리처럼 자주 언급되는 도시들이 있지만, 정확한 1위를 뽑기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대기 질은 하루, 혹은 몇 시간 단위로 급변할 수 있고, 각 도시에서 사용하는 센서의 품질과 측정 방식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여러 해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를 통해 어떤 도시들이 '꾸준히' 나쁜 공기를 마시고 있는지는 가늠해볼 수 있다.
대기 오염은 주로 공기 중에 떠 있는 미세먼지(PM)로 측정한다. 특히 직경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초미세먼지(PM2.5)는 폐 깊숙이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은 물론 심혈관계 질병까지 유발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PM2.5 기준은 세제곱미터당 5마이크로그램 이하. 그러나 일부 도시는 이 기준을 20배나 초과하는 수치를 기록하며, 상시적으로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2022년 IQAir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도시는 파키스탄의 라호르였다. 그 뒤를 중국의 호탄과 인도 델리 교외가 이었고, 세계 수도 중에서는 인도 델리가 1위를 기록했다. 이들 도시는 연평균 PM2.5 농도가 90마이크로그램을 넘었으며, 이는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순위 자체가 절대적인 진실은 아니다. 데이터 수집에 사용되는 센서의 품질이 지역마다 다르고, 아프리카 등 일부 지역은 아예 측정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WHO는 도시 간의 순위를 매기지 않으며, 다양한 수집 방식 때문에 공정한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어떤 도시는 유독 공기가 나쁠까? 첫째, 지리적 요인이 크다. 중국 호탄은 타클라마칸 사막과 인접해 있어 잦은 먼지 폭풍을 겪고, 차드의 은자메나는 사하라 사막 남단에 위치해 모래먼지에 취약하다. 델리, 라호르, 다카는 히말라야 산맥 남쪽에 자리잡고 있는데, 산이 오염 물질의 확산을 막아 대기가 정체되기 쉽다.
둘째, 산업 및 에너지 사용 형태가 문제다. 델리는 차량과 공장 배출, 건설 현장의 먼지, 비포장도로에서 생기는 분진 등 다양한 원인으로 미세먼지가 생성된다. 화석 연료 사용 또한 공기 오염을 부추긴다. 남아시아에서는 벽돌 가마, 농작물 소각, 전통적인 바이오 연료 사용이 주요 오염원이 된다.
흥미롭게도, 팬데믹 기간 동안 델리의 산업 및 교통이 잠시 중단되자 대기 질 지수는 약 41% 개선되었다. 이는 인간의 활동이 대기 질에 얼마나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바이오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로 대체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시도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강력한 청정 대기 정책을 시행해 대기 질을 크게 개선시켰고, 다카는 삼륜차에서 오염이 심한 2행정 엔진을 금지하면서 차량 배출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델리에서는 인공 호수를 조성해 증발량과 강수량을 증가시키고, 먼지를 줄이는 방식도 연구 중이다.
이처럼, 대기 오염은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정책과 기술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다. 하지만 여전히 전 세계 수많은 도시는 깨끗한 공기를 마실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어떤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지는 곧, 우리가 어떤 삶을 살아가느냐와 직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