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AI가 돌고래와 대화한다고?
DolphinGemma가 여는 해양 언어의 비밀
AI가 이제는 동물과의 소통까지 시도하고 있다. 그것도 지능이 높고, 복잡한 사회 구조를 가진 동물 중 하나인 돌고래다. 구글과 야생 돌고래 프로젝트(Wild Dolphin Project, WDP)는 최근 놀라운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바로 인공지능을 이용해 돌고래의 언어를 분석하고 해석하려는 시도다.
그 중심에는 DolphinGemma(돌핀젬마)라는 이름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있다. 이 모델은 기존에 연구자들이 수작업으로 분석해 오던 돌고래의 소리 데이터를 AI를 통해 훨씬 빠르게 처리하고, 정밀한 패턴을 찾아낸다.
돌고래 언어, 이제 AI가 번역한다
돌고래는 이름과도 같은 휘파람 소리, 사냥 시 사용하는 반향 위치 클릭 소리, 사회적 상황에서 쓰는 폭발음(펄스 소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사소통한다. 기존 연구자들은 1980년대부터 수중 마이크(수중 청음기)로 이 소리들을 녹음하고, 스펙트로그램으로 분석해 행동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연구해 왔다. 하지만 이는 무척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반복적인 작업이었다.
이번에 구글의 AI 자회사인 DeepMind와 WDP의 협력으로 탄생한 DolphinGemma는 수십 년치의 돌고래 소리 데이터를 학습했다. 그리고 인간의 언어 처리 방식처럼, 돌고래 소리의 패턴을 분석하고 다음에 나올 소리를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이 과정은 마치 이메일 자동 완성 기능처럼, 돌고래의 소리 흐름을 파악하고 '다음 말을 유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WDP와 스타너 박사의 혁신, 돌고래와의 '진짜 대화'를 꿈꾸다
이 프로젝트의 기반을 다진 인물은 바로 데니스 허징 박사와 Thad Starner 박사다. 허징 박사는 40년 넘게 바하마 인근의 대서양 점박이 돌고래를 연구해왔고, 스타너 박사는 구글 글래스를 개발한 웨어러블 기술의 선구자다.
두 사람은 CHAT(고래 청각 및 원격 측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수중에서 작동하는 컴퓨터와 마이크, 스피커,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돌고래의 소리를 감지해 인간 연구자에게 전달하고, 반대로 인공 휘파람 소리를 돌고래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이 장비는 돌고래가 내는 소리를 특정 사물이나 개념과 연관시키는 훈련을 통해, 실제로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최근에는 기존의 수중 컴퓨터 대신 Google Pixel 스마트폰을 탑재한 소형 웨어러블 기기로 개선되어 휴대성과 전력 효율성이 높아졌다.
돌고래와 인간의 새로운 소통 시대
구글의 DolphinGemma는 현재 WDP의 현장 조사에 실제로 투입되고 있으며, 병코돌고래나 스피너돌고래 등 다른 종에도 응용 가능성이 있다. 구글은 이 모델을 2025년 중반에 공개 모델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 세계의 연구자들이 이 모델을 통해 돌고래 언어를 연구하게 되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해양 생물과의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스타너 박사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 돌고래에게 언어가 있다면, 아마도 문화도 있을 것이다."
돌고래가 어떤 우선순위를 두고 살아가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단순한 생물 관찰을 넘어선 전례 없는 동물 사회의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AI가 다른 동물의 언어도 해석할 수 있을까?
🐘 코끼리: 몸짓과 진동까지 포함한 ‘언어’
코끼리는 초저주파 소리(인간이 들을 수 없는 소리)로 수 km 떨어진 곳과 소통할 수 있다. 또한 귀나 발의 움직임, 몸짓 등도 의사 표현의 수단으로 쓴다.
AI는 이처럼 다양한 신호를 멀티모달 데이터(소리 + 영상 + 센서 정보)로 분석해 “코끼리 무리 간의 명령, 경고, 감정 표현” 등을 추정할 수 있게 돕고 있다.
👉 일부 연구에서는, 특정 울음소리가 “새끼를 부르는 소리”, “위험 경고” 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AI가 구분해 내기도 했다.
🐶 개: 감정과 요구 표현, 음성 톤 분석으로 진화 중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로, 짖는 소리, 꼬리 흔들기, 표정, 바디랭귀지 등으로 감정을 표현한다. 특히 일본과 미국에서는 개의 짖는 소리를 수집해, ‘행복’, ‘불안’, ‘위협’ 등으로 자동 분류하는 AI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 실제로 일본에서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강아지 감정 번역기” 형태로 출시되기도 했다. 다만 언어처럼 ‘문장 구조’를 가진다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많고, 주로 감정 분석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