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파티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생일 파티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행사지만, 이 전통이 언제 시작됐는지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고대 이집트에서 생일을 처음으로 축하했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생일을 챙긴 최초의 기록은 고대 수메르에서 찾아볼 수 있다.

🎂 생일 파티의 기원은 수메르 왕부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대학의 역사학자 블라디미르 에멜리아노프에 따르면, 기원전 3천 년경 수메르의 왕 루갈란다(기원전 2384~2378년) 시대에 작성된 문서에 생일을 축하하는 내용이 등장한다고 한다. 당시 왕족이나 귀족의 생일은 단순한 축하 행사가 아니라, 조상과 함께 나누는 동물 희생 제사 같은 중요한 의식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루갈란다가 왕위를 잃자 생일 기록도 함께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걸 보면, 당시의 생일 축하는 지금처럼 누구나 즐기는 이벤트라기보다는 왕권과 관련된 특별한 행사였던 것 같다.

루갈란다 왕자의 각인 인장 : 영웅들과 동물들의 싸움 (출처; 네이버)

🎈 "파라오의 생일"은 사실 생일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고대 이집트에서도 생일을 축하했다고 믿는 이유는 성경 때문일 수도 있다. 창세기 40장 20절에는 "그리고 셋째 날, 즉 파라오의 생일에 그는 모든 신하들을 위해 잔치를 베풀었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하지만 에멜리아노프는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생일이 아니라, 파라오가 신으로 다시 태어나는 '즉위 기념일'에 가까운 행사였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에서 생일을 챙겼다는 뚜렷한 증거는 아직 없다.

🍗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생일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페르시아인들이 생일을 아주 중요하게 여겼다고 기록했다. 기원전 5세기, 페르시아에서는 생일이 한 사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날로 여겨졌고, 이날만큼은 평소보다 더 호화로운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가난한 사람도 가능한 한 성대한 식사를 준비했고, 부유한 사람들은 온갖 종류의 고기와 디저트를 차려놓고 축하했다고 한다.

이와 달리, 같은 시대의 그리스인들은 생일을 챙기는 것에 큰 관심이 없었다. 그리스에서는 생일을 축하하기보다는 아기가 태어난 순간의 운세를 점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었다.

🎭 로마 시대부터 본격적으로 퍼진 생일 파티 문화
오늘날 우리가 아는 개인 생일 축하는 로마 시대부터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기원전 191년에 처음 상연된 라틴 희극 프세우돌루스에서도 생일 축하 장면이 나오고,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도 딸의 생일을 챙긴 기록이 있다. 심지어 기원후 1세기에는 로마 여성이 친구에게 생일 파티 초대장을 보낸 편지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때부터 생일은 개인을 특별하게 만드는 중요한 날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차 왕과 지도자들도 생일을 정치적인 의미로 활용했다. 예를 들어 18세기 영국에서는 군주의 생일을 기념하는 전통이 생겼고, 미국 독립 전쟁 때는 조지 3세의 생일을 축하하는 대신, 반대로 그의 가짜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 현대적인 생일 파티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오늘날 우리가 아는 케이크, 촛불, 선물이 있는 생일 파티는 19세기 이후 본격적으로 자리 잡았다. 이스라엘 바일란 대학교의 역사학자 히즈키 쇼함은 산업화 시대에 표준화된 시간 개념이 생기면서 생일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되었다고 설명한다.

특히 1870년대 이후 서유럽과 북미에서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여는 것이 유행하면서, 케이크와 촛불을 끄는 전통도 생겨났다. 원래는 미국의 부유한 개신교 가정에서 유행하던 문화였지만, 20세기 초에는 계층과 상관없이 일반적인 전통이 되었다.

19세기에 그려진 그림; 부유한 가정의 아이를 위한 생일 파티 모습 (이미지 출처: Alamy)

🎉 생일 축하는 결국 ‘함께 즐기는 시간’
고대 수메르 왕의 희생 제사부터 페르시아의 성대한 잔치, 그리고 현대의 케이크와 촛불까지—생일을 축하하는 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바로 ‘함께 먹고 즐기는 것’이 생일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수천 년이 지나도 생일을 축하하는 이유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생일에는  생일의 오래된 전통을 떠올리며 더 특별하게 즐겨보는 건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