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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달 기지 건설 계획 ‘국제 달 과학연구기지(ILRS)’. 출처: 중국 국가우주국(CNSA)


2025년 5월, 세계 우주 개발의 판도가 다시 한 번 요동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달 남극 지역에 2036년 완공을 목표로 한 원자력 발전 기반의 국제 달 기지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국 NASA의 우주 정책 축소 발표와 함께 미·중·러 간의 우주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는 단순한 기술 협력 수준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의 우주 자원 확보와 안보 전략까지 영향을 미칠 중대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국제 달 연구 기지(ILRS: International Lunar Research Station)' 구축을 위한 공동 각서를 체결하고, 달에 자율적으로 운영 가능한 원자력 발전소를 설치하는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러시아 로스코스모스의 유리 보리소프 사장에 따르면, 해당 발전소는 “인간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며, 기술적 준비는 거의 완료 단계”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2028년 창어 8호 임무를 시작으로, 향후 2030~2035년 사이 대형 로켓 5기를 통해 달 탐사 기지 모듈을 운반하는 로드맵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게 된다. 

이 가운데, NASA는 2026년 예산안에서 궤도형 달 기지 ‘게이트웨이(Gateway)’ 프로젝트를 대폭 축소하거나 일부 중단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의 주도권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 NASA는 원래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통해 2027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최근 예산 삭감과 일정 지연으로 프로젝트 전반에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고 있다. 


달의 새로운 패권 경쟁, 미중러의 전략적 삼각 구도
중국은 2013년 창어 3호 달 착륙을 시작으로 꾸준히 달 탐사 능력을 확대해 왔다. 달의 앞면과 뒷면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지도 제작 및 장거리 통신망 구축 등을 이어오며 자체적인 우주 생태계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ILRS는 단순한 탐사 기지를 넘어, 화성 유인 탐사의 전초기지 역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태양광·방사성 동위원소·원자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활용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이집트,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7개국이 ILRS 참여 의사를 밝혔다. 이는 단순한 과학 협력을 넘어서 중국 중심의 우주 블록 형성 움직임으로 읽히며, 과거 냉전 시기 미국-소련 간 우주 경쟁의 현대적 재현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중국의 달 기지 건설 계획 ‘국제 달 과학연구기지(ILRS)’. 출처: 중국 국가우주국(CNSA)


트럼프 행정부 이후, 미국 우주 정책의 흔들림
현재의 상황은 사실상 트럼프 행정부 시기부터 이어진 우주 정책의 불안정성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국정 과제 중 하나로, NASA의 민간 협력 확대와 달 복귀를 내세웠지만, 행정부 교체 이후 지속적인 방향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게이트웨이 계획은 미국 주도의 국제 협력을 통한 달 궤도 기지 건설이라는 구상이었으나, 예산 삭감 및 우선순위 조정으로 인해 현실화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기술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주 예산에 대한 정치적 합의 부재가 만든 구조적 위기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아르테미스 우주발사체. 출처:AP연합뉴스


중러 연합, 우주에서의 ‘BRICS 전략’ 실현?
흥미로운 점은 ILRS에 참여하고 있는 국가들이 브릭스(BRICS) 또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로 불리는 신흥국 그룹과 상당 부분 겹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과학 협력체계가 아닌, 중러 중심의 신흥 우주 질서 구축 시도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우주 자원 탐사, 독자 통신망 구축, 심지어 군사적 활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종합 전략이 작동 중이라는 시각도 있다.  


향후 우주정책의 변수: AI, 민간 우주 기업, 국제 규범
이와 함께, 앞으로의 우주 경쟁은 단순한 정부 주도의 경쟁을 넘어 민간 기업의 참여와 인공지능 기반 자율 탐사 기술의 발전도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은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등을 통해 민간 우주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으나, 중국 역시 자국 내 우주 스타트업과 국가 주도의 대형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기술력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고 있다. 

또한, 달 자원 활용을 둘러싼 국제 규범 제정 문제도 중요하다. 달 표면의 광물 자원, 헬륨-3, 물의 소유권 문제는 향후 새로운 국제 갈등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현재 미국은 ‘아르테미스 협정’을 통해 우방국들과 규범을 만들고자 하나, 중국과 러시아는 별도의 틀을 구축하고 있어 양측 간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달은 더 이상 과학의 상징이 아니다, 국력의 상징이다
이제 달은 단순한 과학 탐사의 무대가 아닌 경제, 군사, 외교, 자원, 기술 주도권을 겨루는 전략의 최전선이 되었다.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달 원자력 발전소 건설 계획은 단순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세계 질서 속 ‘우주에서의 영향력 경쟁’의 서막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우주 뉴스는 더 이상 미국 중심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구의 정세 변화가 곧 달의 미래를 결정짓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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