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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는 티라노사우루스 가죽에서 영감 받은 소재로 명품을 만든다고 한다. 이 사진 속 가방은 악어 가죽으로 만들어졌다.  (이미지 출처: Marilyn Perkins 사진 콜라주; cumhurkaplan 및 SimoneN 이미지, Getty Images)


최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의 ‘가죽’을 실험실에서 재현해 고급 패션 산업에 활용하겠다는 발표가 나와 큰 화제를 모았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VML을 포함한 기업들은 티렉스 콜라겐을 활용해 새로운 형태의 ‘실험실 재배 가죽’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를 친환경적이며 잔인하지 않은 대안 소재로 내세우며, 고급 가죽 제품 시장 진출을 예고했다.

하지만, 공룡을 연구하는 고생물학자들은 이러한 발표에 대해 일제히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반박에 나섰다. 실존했던 공룡의 진짜  가죽을 복원한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진짜 티라노사우루스 가죽? 현실은 ‘불가’
공룡 연구자들에 따르면, 진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가죽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룡의 DNA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중생대 공룡의 DNA는 한 조각도 발견된 적이 없다. DNA는 생물이 죽는 순간부터 분해되기 시작하며,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한 가장 오래된 DNA는 약 200만 년 전의 것으로, 티렉스가 멸종한 시점인 6,600만 년 전과는 거리가 있다.

메릴랜드 대학교의 척추동물 고생물학자 토마스 홀츠(Thomas Holtz Jr.)는 “현존하는 티라노사우루스 DNA는 없다. 따라서 티렉스의 유전자를 이용한 어떠한 재현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발표가 마치 진짜 공룡 가죽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도되어 ‘허황된 상상에 가깝다’고 말했다.


티렉스 콜라겐, 정말 가죽으로 만들 수 있을까?
VML과 협력사인 Lab-Grown Leather Ltd, The Organoid Company는 화석에서 추출한 티렉스 콜라겐을 기반으로 한 가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콜라겐은 피부, 힘줄, 뼈 등에 존재하는 단백질로, 구조를 형성하는 주요 성분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일부 공룡 화석에서 콜라겐 단백질이 발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다. 콜라겐은 모든 동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이며, 화석 속 콜라겐은 극도로 분해되어 있어 원래의 구조를 완전히 복원하는 것이 어렵다. 위스콘신 카르타고 대학의 토마스 카(Thomas Carr) 교수는 “화석 콜라겐은 단편화된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티렉스 고유의 콜라겐 구조를 정밀하게 재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까지 공룡 피부는 극히 일부만 화석으로 보존되어 있으며, 티렉스의 피부는 직접적으로 발견된 바가 없다. 피부가 어떤 구조였는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기반으로 가죽을 만든다는 주장은 과학적으로 매우 불완전하다.


기업의 목적은 윤리적 대안 소재 개발
이 파트너십이 말하는 티렉스 ‘가죽’은 진짜 공룡 가죽이 아닌, 공룡이라는 콘셉트를 차용한 실험실 재배 가죽이다. 즉, 고대 생물의 이미지와 일부 화석 유래 단백질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는 셈이다. 기업들은 이를 통해 기존 가죽 생산의 환경 문제, 예를 들어 삼림 파괴나 유해 화학 물질 사용, 동물 도살 등을 줄이겠다는 의도를 밝혔다.

카르타고 대학의 카 교수는 "티렉스를 활용한 콘셉트는 다소 과장된 마케팅이지만, 실험실 재배 가죽 자체는 윤리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이국적이고 선사시대적인 요소보다는, 살아 있는 동물에서 유래한 DNA 기반의 연구가 더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과학과 상상이 만나는 지점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는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호기심과 매력을 자극하는 존재다. 기업들이 이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것은 자연스러운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과학적 근거 없이 공룡의 진짜 가죽을 만든다고 주장하는 것은 대중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과학은  상상을 자극하지만, 동시에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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