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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일상용품과 결합되며 주목을 끌고 있다. 미국 터프츠대학교(Tufts University)의 Sameer Sonkusale 박사 연구팀은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저널을 통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간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탑재한 치실 픽(flossa pick)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장치는 타액 속 코르티솔 농도를 분석하여 사용자의 스트레스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스트레스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센서가 있는 치실(출처: Atul Sharma)


스트레스는 장기간 쌓이면 심혈관 질환, 면역 저하, 우울증 등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정기적으로 측정하기란 어렵다. 병원에 가서 혈액 검사를 받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고, 자가 보고 방식의 설문지는 주관적 한계를 가진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은 타액 기반의 코르티솔 측정 기술에 주목하고 있다. 타액은 혈액과 유사한 생리 정보를 반영하면서도, 비침습적으로 얻을 수 있어 진단 바이오마커로 유망하다.

문제는 기존의 타액 검사 방식이 복잡하거나 불편하다는 점이다. 일부는 마우스가드 형태의 부피가 큰 장치를 사용해야 하고, 실험실 장비가 필요한 경우도 많다. 게다가 검사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이에 Sonkusale 박사 팀은 전혀 새로운 접근을 시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매일 사용하는 치실에 코르티솔 센서를 통합한 것이다. 이 치실 픽은 침을 수집한 후 미세유체 채널을 통해 샘플을 손잡이 내부의 전기화학 센서로 전달한다. 센서는 전기중합 분자각인 폴리머(eMIP, electro-polymerized Molecularly Imprinted Polymer)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이는 특정 분자인 코르티솔과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출처:  ACS 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2025). DOI: 10.1021/acsami.5c02988


센서의 작동 원리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가 치실을 사용해 침을 수집하면, 침 속 코르티솔이 eMIP와 결합하면서 센서를 통과하는 전류가 감소하게 된다. 이 전류 변화는 무선 신호로 변환되어 모바일 기기로 전송되고, 수 분 내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분석이 끝난 타액은 인근의 흡착 패드로 이동되며, 사용된 픽은 폐기된다. 

연구에 따르면, 이 치실 센서는 단 10분 만에 결과를 도출할 수 있으며, 인공 타액 실험에서 미세한 코르티솔 농도 변화도 감지할 수 있을 만큼 높은 민감도를 보였다. 실제 사람의 타액 샘플을 활용한 실험에서는 상용 타액 코르티솔 측정법인 ELISA와 거의 동등한 정확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 기술은 매우 실용적이다. 치실은 위생 관리 목적 외에도 스트레스 상태를 자가 점검할 수 있는 의료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정신건강의 조기 진단과 일상적 스트레스 관리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생체지표를 감지할 수 있도록 확장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스트레스뿐 아니라 감염, 호르몬 불균형, 심리 질환 등 다양한 문제를 조기 감지할 수 있는 개인 건강 관리 도구로 자리잡을 수 있다. 치실처럼 일상적인 물건이 고성능 바이오센서와 결합되는 사례는 ‘웨어러블’을 넘어선 ‘일상 속 진단’ 시대의 신호탄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그렇듯 주의할 점도 있다.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개인정보 보호와 오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이 기술이 건강 관리의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기술의 정확성과 편리함뿐 아니라 윤리적·법적 안전망 역시 함께 갖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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