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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음료나 무설탕 요거트 등에 흔히 사용되는 인공 감미료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를 죽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발견은 분자의학 저널(Journal of Molecular Medicine)에 발표되었으며, 항생제 내성 문제로 고통받는 의료계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공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설탕 대체제로 널리 쓰이는 사카린(Saccharin), 사이클라메이트(Cyclamate), 아세설팜칼륨(Acesulfame potassium) 등 세 가지 인공 감미료는 폐렴, 패혈증 등의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다중 약물 내성 박테리아의 성장을 강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가 우선적으로 치료법 개발이 시급하다고 지정한 병원균인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와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에 대해 유의미한 억제 효과를 나타냈다.

이들 병원균은 주로 면역력이 약화된 중증 환자나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감염되어 생명을 위협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특히, 아세설팜칼륨은 해당 병원균의 성장을 거의 완전히 멈추게 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감미료 자체가 병원균의 생존 메커니즘 중 하나인 바이오필름 형성을 방해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바이오필름은 박테리아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형성하는 점액성 구조물로, 항생제에 대한 저항성을 증가시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https://youtu.be/W0wAHZ1QxJU

통제 조건에서 대장균 세포는 행복하게 성장하는 반면, 인공 감미료인 에이스-K에 노출된 세포는 성장을 멈추고 터진다. 출처: Brunel University London Centre for Inflamation Research and Translational Medicine


이번 연구는 이러한 감미료가 단순히 박테리아를 억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항생제의 효과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로 항생제와 감미료를 병용할 경우, 더 적은 용량의 항생제로도 동일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항생제의 사용량을 줄여 내성 발생을 억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브루넬 런던 대학교의 생물학자 로난 매카시 박사는 "우리가 일상에서 섭취하는 커피나 다이어트 음료 속 감미료가, 병원성 박테리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이러한 화합물은 향후 항생제 내성 시대에 대비하는 데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연구진은 후속 전임상 시험을 통해 이 감미료들이 실제 치료제로 개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일부 상황에서는 기존 항생제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고 전망된다.

이번 연구는 ‘항생제 이후 시대’라는 위협 속에서 인공 감미료가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인공 감미료는 지금까지 주로 칼로리 조절이나 당뇨 환자의 대체 식품 성분으로만 주목받았지만, 이번 발견을 통해 그 과학적, 의학적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가 흥미롭고 희망적이라고 해서, 인공 감미료가 무조건적으로 ‘건강에 이로운 물질’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인공 감미료는 대사 장애, 장내 미생물 교란, 암 유발 가능성 등 다양한 부작용과 건강 우려의 중심에 있었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장기 섭취 시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 증가 가능성까지 제기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억제 효과'는 인공 감미료의 또 다른 얼굴이자, 기존 고정관념에 균열을 내는 과학적 발견이라 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한정된 조건과 실험 환경에서의 결과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공 감미료는 건강에 해가 될 수도, 도움이 될 수도 있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다. 중요한 것은 이번 발견을 섣부른 선택으로 이어가기보다는, 앞으로의 추가 연구와 임상 검증을 통해 과학적 균형을 갖춘 해석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소비자 또한 이로움과 위험성을 모두 인식한 상태에서 정보에 기반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정확한 전달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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